광양정어리쌈밥 세풍식당과 서광쉼터의 진한 손맛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괜히 집에서 뒹굴거리게 되는데, 그럴 때일수록 뚝딱 만들어 먹는 라면보다는 뭔가 진득하고 구수한 음식이 생각나는 법이다. 얼마 전 비 오는 휴일 아침, 우연히 TV에서 멸치쌈밥 맛집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배우자와 눈이 마주쳤다. ‘저거 지금 당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퍼졌고, 우리는 바로 광양 정어리쌈밥 맛집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견한 곳이 광양읍 서천변에 자리한 ‘세풍식당’이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날의 경험과 함께, 광양에서 정어리쌈밥을 찾는 이들을 위해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입소문난 또 다른 곳, ‘서광쉼터’까지 소개해보려 한다. 두 곳 모두 화려함보다는 시간이 빚어낸 진한 손맛을 고수하는 광양의 로컬 맛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오래된 맛을 지키는 광양 세풍식당 방문기

세풍식당은 광양읍의 산책 코스로 유명한 서천변 근처에 위치해 있다. 전용 주차장은 없지만 주변 공용 주차장이나 도로변에 주차할 수 있어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비가 오는 휴일이라 그런지 매장은 한산했고, 들어서자마자 사장님(할머님)의 “50년 넘었는데 처음 왔어?”라는 한마디에 이곳이 평범한 식당이 아니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정어리쌈밥 단일 메뉴로 운영되는 이곳의 가격은 1인분에 13,000원이다.

시간이 담긴 반찬과 정어리쌈밥의 조화

상차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딱 보자마자 ‘손맛 있는 집’이라는 느낌이 왔다. 직접 담그신 밴댕이젓과 전어밤젓이 나왔는데, 평소 젓갈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었지만 그 감칠맛에 계속 손이 갔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젠피’가 들어간 김치였다. 전라도 향토 음식 특유의 강렬한 향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먹을수록 중독되는 그런 맛이었다. 반찬들의 간은 세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느껴졌고, 자극적이기보다는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밥’ 같은 포근함이 있었다.

광양 세풍식당 정어리쌈밥 뚝배기와 다양한 반찬 상차림

드디어 나온 주인공 정어리쌈밥은 뚝배기에서 올라오는 구수한 향부터 남달랐다. 첫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투박하지만 깊이 있는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위에 올라간 방아잎의 향이 생선의 풍미를 정리해주면서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생선 특유의 비린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구수하고 진한 국물 맛이 중심이었다. 쌈 채소에 밥과 정어리를 함께 싸서 먹으면, 왜 이 집이 오랫동안 단일 메뉴로 승부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간이 살짝 강한 편이지만 신선한 쌈 채소와 함께 먹으면 오히려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제 생각에는 이런 맛이야말로 지역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진짜 ‘로컬 맛’이 아닐까 싶다.

현지인이 추천하는 봄철 별미 서광쉼터

세풍식당 외에도 광양에서는 현지인들이 가끔 생각나서 찾는 또 다른 정어리쌈밥 맛집이 있다. 광양읍에 위치한 ‘서광쉼터’가 바로 그곳이다. 정어리는 봄철에 먹기 좋은 계절 음식이라고 하는데, 이곳의 정어리쌈밥 또한 봄이면 특히 생각나는 맛으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은 정어리쌈밥 외에도 갈치조림이 매우 훌륭하다는 평을 듣고 다음번 방문 때는 꼭 도전해보려고 계획 중이다.

푸짐하고 정성이 느껴지는 상차림

서광쉼터의 밑반찬 또한 하나같이 정성이 가득하다는 평가다. 각각의 반찬에서 이모님의 솜씨가 느껴질 정도로 맛이 꼼꼼하다. 정어리쌈밥이 나오면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위에 방아잎이 풍성하게 올라가 있는데, 방아잎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만한 구성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맛있게 먹다 보면 공기밥을 추가로 시키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어리의 구수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맛이 일품이기 때문이다.

광양 정어리쌈밥 맛집 선택과 팁

광양에서 정어리쌈밥을 먹으려 할 때, 몇 가지 알아두면 좋은 점이 있다. 우선 ‘정어리’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일부 식당에서는 가격과 시장 상황에 따라 대멸치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옛날 전라도 지방에서는 정어리와 멸치를 통칭하여 ‘징어리’라고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이는 지역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흥미로운 단서가 된다. 맛 자체는 통조림 정어리로 만든 조림도 매우 훌륭하므로, 진위 여부보다는 전체적인 조합과 손맛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방문 전 체크할 사항

  • 세풍식당: 단일 메뉴(정어리쌈밥) 운영. 할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전통적인 손맛과 ‘젠피’ 향신료 사용이 특징이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니 참고할 것. 전용 주차장은 없음.
  • 서광쉼터: 정어리쌈밥과 갈치조림이 대표 메뉴. 현지인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집으로, 푸짐한 반찬과 구수한 국물이 장점이다.
  • 영업시간 확인 필수: 두 식당 모두 일요일이나 특정 요일에 휴무일이 있을 수 있으니, 방문 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2026년 현재 기준으로도 요일별 영업 패턴은 변동될 수 있다.

진한 국물과 정성으로 채운 광양의 맛

요즘처럼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의 식당이 넘쳐나는 시대에, 세풍식당이나 서광쉼터 같은 곳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기술이나 트렌디한 플레이팅이 아닌, 반찬 하나, 국물 한 술에 스민 정성과 오랜 경험이 만든 ‘손맛’이 바로 이곳들의 가장 큰 무기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음식의 가치를 외관이나 유행이 아니라 그 본질에서 찾는 이들에게 이곳들의 맛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비가 오는 날, 혹은 봄바람이 불어올 때면 구수한 정어리 국물 생각이 난다면 한번쯤 광양으로 발걸음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다. 여러분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정어리쌈밥은 어떤 것인지, 혹시 다른 숨은 맛집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좋겠다.